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지난주 2심 판결이 세간의 화제다.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의 판결을 보면 최 회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지난 22년 6월 1심 법원의 재산분할 665억원, 위자료 1억원 판결에 비해 20배가량 뛴 액수다. 이혼 귀책사유가 명백히 최 회장에게 있어 재산분할액과 위자료가 통상적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의외다. 먼저 2심 재판부가 제시한 사실 판단과 법 논리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재산분할 1조3808억원 근거는 재산 형성에서 노 관장이 기여한 부분에 대한 산정이다. 1심에서는 최 회장의 재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SK 주식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노 관장과 관계없이 상속과 혼인 후 자기 명의로 취득한 최 회장 재산으로 간주한 것이다. 하지만 2심은 이들 주식의 전부를 분할 대상에 포함시키고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했다. 통상 부부의 이혼 소송에서 결혼 후 형성한 재산은 공동 기여했다고 보고 한쪽에 절반까지 인정해주는게 일반적이긴 하다. 고도의 전문적 판단과 경영 활동을 통해 늘린 기업 지분에 대해서도 인정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4조 원이 넘는 최 회장의 모든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삼고 35%를 노관장에 줘야 한다고 결정한 건 시사점이 적지않다. SK(옛 선경)의 성장 배경과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돈인 최종현 전 SK 회장의 보호막과 방패막이 역할로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비자금이 1990년대 SK로 넘어 가 종잣돈이 돼서 실질적 도움까지 줬다고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SK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번 재산분할 결정은 사회적으로도 또 다른 파장이 불가피해보인다. 정경유착이나 비자금을 재산 형성의 기여로 본 대목 때문이다. 재판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돈을 건네며 받은 약속어음 사본이 30년 만에 처음 공개되기도 했다.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과 이후 추징금 환수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대통령이 대기업들부터 돈을 받은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1997년 대법원에서 유죄를 받고 2628억원이 추징됐는데 미처 추징 못 한 비자금이 있다면 그 또한 불법 자금일 뿐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1991년도 기준으로 볼 때 300억원이 (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없을 만큼의) 불법적인 돈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SK로 유입된 비자금 300억원이 기업 성장의 ‘종잣돈’ 역할을 했다는 판단인데 수사로 입증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또 다른 논란의 불씨다. 정경유착과 비자금 덕에 불린 것으로 본 재산을 범죄적 행위 당사자의 자녀에게 ‘기여분’으로 인정한 대목도 상식에 비춰봤을 때 석연치 않다. 최 회장 측이 상고할 방침이라고 한 만큼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30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