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편소설 ‘주홍글씨’는 19세기 미국의 도덕적 완벽주의자들을 비판한 소설이다. 이유불문하고 사생아를 낳았다는 이유로 ‘A(Adultery,간통죄)’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겨 살아야 했다. 200년이 다되가지만 도덕적 잣대 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뇌물죄로 재판을 받던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이 지난달 19일 대구고법으로부터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함께했던 6명의 피고인도 무죄를 받았다. 수천만원의 현금을 교육청 직원을 통해 선거운동원도 아닌 비선에게 건낸 혐의를 받은지 1년 10개월 만이다. 무죄는 받았지만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 내용은 대중들에게는 주홍글씨로 박혀있다. 무죄 취지도 ’위법수집 배제 원칙’이 바탕, 이는 아무리 명확한 증거라도 적정 절차에 위반해서 얻은 증거는 증거능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위법하게 얻은 증거라서 증거능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말을 두고 임 교육감의 주홍글씨는 대중들의 기억에서 남을 것이다구사일생으로 살아 온 임종식 교육감은 지난달 30일 본청 웅비관에서 민선5기 취임3주년도 남달랐다.그는 “경북교육이 지난 3년간 위기 속에서도 교육공동체의 따뜻한 연대와 협력 속에 의미 있는 성과를 일궈냈다”며 3년 간 성과를 모두 나열했다. 대표 사례로 경북을 덮친 대형 산불 당시의 대응과 회복 과정까지 소개했다. 현장에서는 재판준비로 불면을 밤을 보냈을 뻔했고, 산불보다 무서운 측근들의 배신으로 번뇌를 느꼈을 뻔했지만 이같은 사례를 언급한 것은 배신감과 공직자윤리의 양심이자 복합적인 의미라는 추측이 일었다. 경북교육청은 2023년 8월, 임 교육감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을 때부터 산불대응 태세보다 더 큰 긴장감을 들었을 것이다. 교육감이 뇌물죄로 경찰수사를 받은데다 관련 내용은 충격적이였다. 2018년 실시한 제7회 교육감 선거에서 교육청 공무원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선거 운동을 기획한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와 지인을 통해 2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혐의(뇌물),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선거를 도운 이에게 2018년 7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생활비 명목으로 월 500만원씩 총 3500만원을 경북도교육청 공무원을 통해 대신 건네도록 한 혐의(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전 경북교육청 직원 3명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직원, 현직 시의원 등 5명은 임 교육감과 함께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들은 위법 수집 증거라 주장했다. 산불보다 더 크게 우왕좌왕할 상황이 이어졌다.경북경찰청 반부패수사대의 수사도 우연히였다. ‘유치원 부지 시세 차익 사건’을 수사하던 중 경북교육청 직원의 휴대전화에서 사건 관련 녹음 파일을 발견했다. 이때 적법한 절차에 따라 탐색 중단 뒤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뒤늦게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는 것이 임 교육감 측 변호인들의 주장이었다. 재판은 역전됐다. 피고인들이 증거에 부동의 하면서 재판 개시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재판부가 증거 열람 조차 못했다. 1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의 능력 판단은 판결 단계에서 하기로 했다. 휴대폰 녹음 파일로 기초로 한 경찰과 검찰의 피의자 심문 조서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사건 관계자들을 불러 증인 심문이 10여차례 이뤄졌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찾은 1차 증거는 증거 능력이 없어 일부 혐의는 무죄지만 피고인과 증인의 법정 진술은 별도의 증거로 인정해 일부 혐의는 유죄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피고인과 증인들의 법정 진술은 1차 증거와 인과 관계가 단절돼 있다고 본 것이다. 1심에서 임 교육감은 최종 징역 2년 6월에 벌금 3,500만원, 추징금 3,700만원 받았다. 또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전 경북교육청 직원 2명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같은 혐의를 받는 직원 1명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직원 1명은 무죄, 현직 시의원은 벌금 200만원을 받았다. 검찰과 피고인 모두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1심 결과에 불복했다. 2심 재판부는 역전이였다. 1심 재판부와 다르게 피고인과 증인들의 법정 진술은 1차 증거가 제공된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로,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또 법정 진술에서의 진술거부권은 통상적 공판 절차 진행에 불과할 뿐 형사절차인 ‘위법수집 배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명확한 증거라도 적정 절차에 위반해서 얻은 증거는 증거능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이유였다.2심 재판부는 “설령 법정 진술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진술 내용은 지나치게 개괄적이고 신빙성이 떨어져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의 판단을 완전히 뒤엎고 임 교육감을 포함한 6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교육청은 산불보다 더 큰 혼란을 겪었다. 임 교육감의 구속을 생각하고 차기 교육감 선거를 치르려는 움직임과 끈 떨어진 수장을 뒤로하고 ‘나는 내 갈길 가련다’는 이들부터 ‘경북교육청’이 아니라 ‘경북어린이집’ 바꿔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임 교육감의 3주년 기념사에서 “확장으로 경계를 허물고 안착으로 만족을 더하며 전환으로 미래를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확장으로 뒷돈 받고, 안착으로 교육감 재선을 통해, 3선까지 해먹겠다”라는 시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주홍글씨의 주공인 헤스터는 사생아를 낳았지만 묵묵히 버틴 끝에 결국 존경을 받았고 간통 상대자는 결국 자신의 죄를 석고대죄하고 죽는다. 1850년의 미국의 완벽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이 175년만에 다시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한 교육자는 이를 두고 “뇌물죄라는 주홍글씨를 뗏지만 교육자들은 임교육감의 분홍A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스터처럼 묵묵히 아이를 키운 덕에 존경을 받았다. 임 교육감의 주홍글씨는 대중들에게 잊혀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박수칠 때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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