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문화교육에 예산을 늘리는 가운데 경북청소년수련원이 기존 다문화교육관을 인공지능(AI) 체험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문화 교육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용 교육공간을 사실상 축소하는 것은 정책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가보조금으로 조성한 시설의 목적과 기능을 변경하려는 만큼 관계기관 승인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27일 경북일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청소년수련원은 2027년 AI 교육환경 구축을 위해 약 10억원의 예산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AI룸 설치 대상은 현재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에 활용되는 기존 다문화교육관인 것으로 알려졌다.문제는 경북지역의 다문화 교육 수요가 줄기는커녕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경북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도내 다문화·이주가정 학생은 2020년 1만60명에서 2021년 1만787명, 2022년 1만1489명, 2023년 1만2118명, 2024년 1만2814명, 2025년 1만3196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전체 학생 중 다문화·이주가정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0년 3.8%에서 2025년 5.5%로 높아졌다.학생 증가에 따라 경북도교육청의 다문화교육 예산도 확대됐다. 관련 예산은 2020년 19억4533만원에서 2025년 36억4059만원으로 6년 사이 예산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교육청은 학생 증가에 대응해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는데, 정작 경북청소년수련원은 다문화교육 전용시설을 AI 교육공간으로 바꾸려는 셈이다. 다문화 학생의 한국어 교육과 학교 적응, 이주여성의 사회 정착 지원 등 교육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시설을 축소·변경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국가보조금으로 조성한 시설의 목적 변경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경북청소년수련원 다문화교육관은 2013년 국비 14억2200만원과 도비 3억원 등 총 17억2200만원을 투입해 조성됐다. 당시 다문화가정 학생의 학교 적응과 한국어 교육, 이주여성의 사회 적응과 문화교육 지원 등을 목적으로 건립됐다.국가보조금이 투입된 시설은 보조사업의 목적에 맞게 관리·운영해야 하며, 당초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주요 기능을 변경하려면 관련 법령과 보조사업 조건에 따른 관계기관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보조금이 투입된 시설을 승인 없이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처분한 사실이 확인되면 보조금 환수나 향후 국고보조사업 수행 제한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따라서 다문화교육관을 AI룸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중앙부처와 경북도 등 보조금 교부기관에 사업 변경을 보고했는지, 사전 협의나 승인을 받았는지도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예산 효율성 논란도 제기된다. 17억2200만원을 들여 조성한 다문화교육시설의 기능을 축소한 뒤 다시 약 10억원을 투입해 AI룸으로 개편할 경우 두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모두 27억원을 넘는다.AI 교육을 위해 별도 공간을 확보하거나 신규 시설로 추진할 수 있는데도 기존 다문화교육관을 전환 대상으로 정한 이유와 다른 대안을 충분히 검토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칫하면 기존 국고보조사업의 성과를 스스로 축소하고 새로운 사업에 다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AI 교육 확대는 필요한 일이지만 다문화 교육 역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속해서 강화해야 할 공공교육 분야”라며 “학생과 교육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다문화교육시설을 축소하는 것은 정책 방향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북청소년수련원의 AI룸 조성 계획은 향후 경북도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다문화 교육 축소의 타당성, 국가보조금 시설의 목적 변경 절차, 기존 시설을 전환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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