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산꼭대기에 있는 학교로 보내라고요?”포항시의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포엑스(POEX)` 사업이 초등학교에 발목을 잡혔다. 포엑스 부지 내에 자리 잡은 동부초등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학부형들은 “애당초 포엑스 공사를 하기 전에 위치 조정을 해서 포엑스 1차 건물을 조금 옆으로 물려 지었으면 충분히 학교 부지가 나왔을 것”이라면서 “포항시의 독단 독주 행정이 이런 사태를 빚었다”고 질타하고 있다.
포항시가 초등학교를 옮기려고 하는 장소는 노인종합복지관 자리로 현재 학교와 거리가 있을뿐더러 비탈이 심하다. 학부형들이 반발할 수박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 관계기관과의 협의과 급선무이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포항시는 아직 포항교육지원청과 협의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에서는 포항시의 부지 매입 계획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학부모들의 반발 때문이다. 학교를 옮길 경우 통학 거리가 너무 멀어진다는 것. 학생들은 대부분 장성개발지구 1600세대 아파트 입주민들의 자녀들이다. 게다가 해당 학교는 지난해에 80여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까지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는 나름대로 불만이다. 교육청이 주민설명회를 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 한 학부모는 “교육청으로서도 일단 저질로 놓고 얼토당토않은 방법을 해결책이라고 제시하는 포항시가 고와보일 리가 없을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설득이 통하겠느냐”며 콧방귀를 뀌었다.
# 건물 짓기도 전에 인건비가 투입되는 법인 설립포항시의 설레발은 이뿐만이 아니다. 포항시는 최근 ‘포항전시컨벤션센터(POEX)’를 운영할 법인인 ‘포항전시컨벤션센터 재단법인’을 공식 출범시켰다. 마이스산업(MICE-Meetings, Incentives, Conferences, Exhibitions)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행보였다. 하지만 포엑스가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운영 주체부터 만든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운영법인은 컨벤션센터는 건립이 완료되고 시설 운영이 가능해지는 시점에서 출번한다. 건물을 짓기도 전에 인건비가 투입되는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운영 수익도 없이 운영된다는 것은 곧 운영법인 월급이 시민의 호주머니에서 나간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은 컨벤션센터가 수입을 내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센터 운영이 잘 되었을 경우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컨벤션센터의 장래는 결코 장밋빛이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국 전시컨벤션센터 중에서 흑자를 기록한 곳은 거의 없다. 그럴듯한 계획만 내세워 무리하게 컨벤션센터를 건립했다가 적자에 허덕이는 곳이 적지 않다.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컨벤션센터 중 10곳이 ‘세금 먹는 하마’ 신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근한 사례가 ‘구미컨벤션센터(GUMICO)’다. 개관 이후 연간 가동률이 평균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매년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1,200억원의 건립비를 투입한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역시 ‘세금 먹는 하마’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마이스 산업 관련 종사자 A씨는 “다보스 포럼을 비롯해 독일 모터쇼, 라스 베가스 CES 등의 세계적인 컨벤션 행사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면서 “좀더 신중하고 철저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구 경북만 해도 대구, 경주, 구미, 안동 등에 컨벤션센터가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운영전략도 없이 덜컥 건물만 세웠다간 지역 내 행사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과 연구기관 네트워크 형성 통한 플랫폼 구축이 우선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포항시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충만한 분위기다. 포스코, 포스텍, 포항가속기연구소,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지역 내 연구기관과 기업이 많아 컨벤션 수요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모두 치밀하고 거시적인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우선 ‘포항전시컨벤션센터’가 단순한 회의·전시 공간을 넘어 진정한 마이스(MICE) 도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컨벤션 행사를 유치하는 것에 기댈 것이 아니라 명확한 시장 분석과 차별화된 접근법이 필수적이다. 해양관광, 바이오헬스, 신재생에너지 등 지역이 가진 산업적 특성과 연계한 맞춤형 마이스(MICE)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
운영 방식에 있어서도 관(官) 주도가 아닌 민간 전문가와 지역 기업이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성공적인 마이스 도시로 성장할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컨벤션센터가 진정한 마이스(MICE) 도시의 핵심 인프라가 되려면, 단순한 회의 공간이 아니라 기업과 연구기관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플랫폼이 구축되어야 한다”면서 “포스코, 포스텍, 각종 연구기관과 협력해 ‘포항 마이스(MICE)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시회 개최만으로 마이스 산업 성공 못 해컨벤션센터의 공간 활용도 극대화도 중요한 과제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의 경우 행사 기간 이외에는 공간이 텅 비워두는 바람에 적자가 심화하고 있다. 이를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컨벤션센터 안에 시민들의 발길을 끌어들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스타트업 육성센터, 연구개발(R&D) 허브 등을 함께 조성해야 한다. 지역 사회와 연계된 복합시설로 활용해도 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마이스(MICE)산업은 전시회 개최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철저한 계획과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수다. 여기에 행사 기간 이외에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더 현실적이고 실행할 수 있는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환상 속에서 무리한 투자와 비효율적인 운영이 반복되지 않도록 면밀한 전략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포항이 ‘또 하나의 적자 컨벤션센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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