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포항시장과 김정애 국회의원의 행보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이 시장과 김 의원 사이의 갈등이 ‘스파이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본격화했다.
김 의원이 이 시장의 공천을 거부하면서 지역 정계가 들끓었다. 이후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스파이전으로 조용한 물밑 전쟁이 한창이다. 지역의 호사가들은 이 은밀한 정보전에 먼저 시동을 건 쪽을 이강덕 시장으로 본다. 그가 김정재 의원의 비서를 스카웃한 까닭이다. 물론 김 의원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최근 김 의원이 반격을 했다. 이강덕 시장의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 안에는 지난해 5월 국장급 회의에서 나온 시장의 발언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녹취록을 손에 넣자 이번에는 이 시장이 강하게 반응했다. 혹시나 도청 장치가 있을까 싶어서 전문가를 투입해 회의실을 점검했는가 하면 회의 시간에 휴대폰을 들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녹취 혐의가 있는 직원은 몇 달 동안 출근도 하지 못했다.
김 의원이 녹취록을 확보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을까? 그 역시 스파이가 건넨 정보였다. 김 의원 측근에 이 시장의 스파이가 심겨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스파이 내전 양상이다. 두 사람이 이토록 스파이를 통해 정보를 캐고 보복전을 펼치는 이유는 다가오는 선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시장은 차기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노리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 의원 역시 도지사 자리를 탐내고 있다는 소문이다. (물론 대구 경북 통합이 이루어지면 도지사는 물 건너간다.) 오는 선거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스파이를 통해 어둠 속의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잊을 만하면 흘러나오는 ‘전쟁 소식’에 “영화보다 흥미진진하다”는 반응도 있다. 그럼에도 다수의 의견은 “그만 싸우라”는 것. 60대 A씨는 “OO7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걸로 충분하니까 두 사람 다 자기 일이나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면서 “시민이든 도민이든 일 잘하는 일꾼이 필요하지 스파이 잘 부리는 모사가가 필요한 건 아니다”면서 혀를 찼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설사 이 전쟁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상처뿐인 승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힘을 합쳐서 난관을 헤쳐 나가도 시원찮을 판에 상대의 뒤나 캐고 있는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이 시장, 김 의원 모두 이제 영화 그만 찍고 본연의 책무에 전념하기 바란다. 포항 시민들의 바람이자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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