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공론화 과정에서 선택된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 중점안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24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에 따르면 시민대표 492명의 설문조사에서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올리는 1안을 다수인 56%가 선택했다고 밝혔다. 42.6%가 선택한 2안은 보험료율을 12% 올리고 대체율은 40%를 유지하는 내용이다. 현행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0%이며 연금 고갈 예상 시점은 2055년이다. 개혁안 1안의 경우 고갈 예상 시점이 6년이 지연되는 2061년, 2안의 경우 7년이 지연되는 2062년이 고갈 예상 시점으로 1년밖에 차이가 안 난다.문제는 그 이후다 시민대표 다수가 지지한 1안대로 개혁이 이뤄질 경우, 누적 적자가 700조 원대에 달할 수 있으며 내년도 태어나는 아이들은 커서 월급의 약 30%를 보험료로 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래세대에 책임을 전가하는 안이라는 분석이다. 2개안을 비교해보면 고갈 시점은 차이가 없지만 재정 수지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계산에 따르면 2093년까지 1안은 누적적자만 702조 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반면 2안은 누적적자를 1970조 원 줄이는 효과가 있다. 연금기금이 고갈됐을 때, 연금 급여 지급을 위해 납부해야하는 보험료율인 `부과방식비용률`도 2078년 기준 1안이 43.2%로 현행(35.0%)로 2안(35.1%)보다 크다. 1안의 경우 2070년~2080년대 부과방식비용률은 40%대를 웃돈다. 1안으로 갈 경우에 2078년 기준으로 월소득 500만 원 가입자를 가정하면, 국민연금 보험료로 216만 원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적자 규모나 미래세대의 보험료율 증가 부분이 시민대표단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1안을 다수가 지지하는 결과가 나오는데 기여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700조 원이 넘는 누적적자액 증가, 내년도 출생아들의 평균 보험률 29.6%와 같은 자료는 시민대표단 학습 자료에서 빠져 있었다" 며 "철저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대재앙 수준의 `개악안`이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1안이 현실화할 경우 2015년생은 46살 되는 2061년에는 월급의 35.6%까지 보험료로 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생애 평균 보험료율은 22.2%에 달한다. 내년도 출생아들의 경우 생애 평균 29.6%를 내게 된다. 1960년대생의 평균 보험료율이 7.6%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4배를 내는 셈이다. 국민연금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기금 수익률과 의무가입 연령, 기초연금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만큼 연금개혁은 국가의 100년뒤를 내다봐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시민대표 492명의 설문조사로 결정하는 건 무리다. 기금 고갈 이후 급등하는 보험료를 떠안게 될 10대 이하의 의견은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고도 할수 있다 기성세대는 혜택을 보지만 이에 따른 빚은 미래세대에게 돌아간다. 소득대체율을 대폭 늘려 기성세대만 이득을 보는 개혁은 아니 한 만 못하다. 지난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민연금을 ‘신·구연금’으로 분리하자고 제안한 이유도 청년세대에게 과중한 짐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극단적인 표현일지는 몰라도 1안이 채택되면 미래 세대는 열심히 일해도 손에 쥐는 소득이 별로 없는, 암울한 시대를 맞게 된다. 지난해 0.72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올해 0.6명대로 떨어지는 초저출산 위기 상황에서 미래 세대의 앞날은 더 욱 어두워진다. 이번 설문 결과는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연금개혁을 하려면 내는 돈을 늘리고 받는 돈을 줄이거나 적어 도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늘어나는 고통 분담을 좋아할 국민은 많지 않을 수 밖에 없다.연금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과제다. 현재 9%에 묶여 있는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에 따라 방향이 정해졌으니 이제 국회가 나설 차례다. 이같은 방안은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 연장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국회는 정년 연장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하는 개혁안을 지금 그대로 통과시켜선 안 된다. 누구도 고통을 짊어지지 않는 방식으로 연금개혁을 하겠다는 건 달콤한 유혹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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