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가 비상이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과 같은 3.1%를 기록했다. 올해 1월 2.8%로 낮아졌다가 2개월 연속 3%대다. 농축수산물은 11.7%나 상승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2.4%대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고공 행진 중인 과일·채소 가격 영향 탓이 크다. 과일이 40.3% 올라 2·3월 연속 4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사과와 배는 1년 전보다 90% 가까이 올라 1975년 조사 후 최대 상승률을 찍었다. 지난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인 점을 고려하면 2년 누적 물가는 7% 넘게 상승했다.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나온 지는 오래다. 시민들은 마트에서 사과를 들었다 놨다 한참을 망설이고 장바구니는 비어 한숨만 커진다. 정부가 1500억원을 투입해 과일과 채소 등 21개 품목의 가격 안정 지원에 나서 잠시 가격이 떨어졌지만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적 문제는 그대로여서 효과가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예산’의 제약을 받는 정부 지출에서 ‘무제한’이란 있을 수 없다. 액수와 재원 조달 방안이 빠진 자금 투입은 문제가 있다. 무엇이 최선인지 애써 찾지 않고 즉흥적으로 마련한, 보여주기식 대책은 지양헤야 한다.물가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총선 때문에 미뤄둔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를 게 뻔하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최근 85달러에 육박하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70달러보다는 20% 가까이 상승했다. 수입품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환율도 오름세다. 환율이 오르면 원유·곡물 등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1~2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달러화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하지만 경제 관료들의 물가 인식은 여전히 안이해 보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적 특이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3월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정부 할인 지원은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특성상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현장에서 뵙는 소비자는 체감물가가 낮아지고 있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파는 사과 등의 농산물 가격이 통계청 통계보다는 낮다는 주장이다. 사실 농산물 물가 불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연례행사처럼 치르고 있다. 선거와 겹치며 올해 유난히 부각되긴 했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비와 가뭄 등에 대처하지 못하면 언제든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후진적인 농수산물 유통체계 등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독과점적 경매업체나 대형 유통체인 등에 가격이 흔들리는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대증요법에만 매달려서는 국민이 바라는 해답을 찾기 어렵다. 농산물에 대한 생산과 관리 등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틀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품종 개량과 함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수입 확대 등 공급 경로 다변화도 소수 카르텔이 지배하는 유통시장 비효율 개선의 선결조건이다.. 정부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 목표치로 2.6%를 제시했지만 지금 추세라면 달성이 불가능해보인다. 그래도 달성해야만 서민들의 고통이 줄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물가 상황에 관해 진솔하게 설명하고,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재정 지원·유통 개선은 물론 수입 다변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 수출 호조로 살아난 온기를 살려 소비활력까지 끌어내는 경제 운용의 묘를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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