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개들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사냥이나 전쟁, 수레를 끌거나 양을 몰아주는 등 사람의 일을 돕는 역할을 하던 중세를 지나 최근 개들은 사람과 무엇인가를 함께 하는 것에서 가치를 가지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날에는 사람처럼 스포츠 활동을 하는 개들도 있고 사람들이 개와 함께 의미있는 여가활동, 교육, 치유프로그램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 시대에 사람과 함께 살아갈 반려견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 좋을까? 특정한 개를 품종화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먼저 고려된 것은 사람이 좋아하는 외모였다. 사람들이 개를 선택할 때 멋지거나 귀여운 모습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외모가 가장 큰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품종화, 견종의 개념이 생긴 것은 사실상 200년 정도가 되었는데, 품종화 하고 싶은 개의 행동적 특징이 좋더라도 품종화 하고자 하는 개의 외모가 보기에 좋지 않으면 행동이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다음 번식에서 제외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우리가 잘 아는 견종들은 외모를 기준으로 하여 외모를 고착화 하면서 품종화시키고 이후에 행동특징들을 고려하여 견종을 만들었지만, 보더콜리는 다른 견종들과 전혀 다른 품종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보더콜리는 양몰이를 해야하는 목동들에 의해 외모와는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양몰이능력이 뛰어난 개체를 철저히 선택하고, 번식하였다. 그 과정에서 양몰이능력이 뛰어나면 보더콜리가 아닌 다른 견종과의 교배(이종교배)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심지어는 견종의 구분이 없는 잡종견이어도 능력만 뛰어나면 번식에 참여시켰다. 보더 콜리(Border Collie)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국경 사이(Border)에서 양을 몰기 위해 콜리를 개량하였는데, 국경지역을 뜻하는 단어인 보더(border)를 붙여 보더콜리라 불린다. 보더콜리의 조상이라 부를 수 있는 콜리라는 견종은 1990년대에 바텔 전화기의 광고 모델로 출연한 개로 잘 알려져 있다. 명견 래시의 주인공이기도 한 콜리(Collie)라는 품종 이름의 뜻은 고어(古語)로 `검정`이라는 뜻이다. 원래는 검은 털이 주류였지만 빅토리아 여왕이 콜리를 남쪽으로 데리고 간 뒤 품종개량을 거듭하여, 지금의 세이블(sable, 흑담비 모피와 같은 털발이 길고 실크같은 광택이 나는)과 화이트 계통의 고급 이미지로 굳어졌다. 사람들이 흔히 연상하는 털이 길고 풍성한 모습의 콜리는 러프 콜리, 털이 짧은 콜리는 스무스 콜리라고 부른다. 외모라면 빠지지 않는 콜리끼리의 교배(동종교배)가 아닌 행동능력이 좋다면 다른 견종까지도 번식에 사용(이종교배)하여 만들어낸 견종이 보더콜리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더콜리는 콜리와는 다르게 매우 다양한 외모(때로는 못생겼다고 평가받는 외모)를 가지게 되었지만, 품종 집단내에 폭 넓은 유전자를 가지게 되었다. 외모보다는 능력이 우수한 개체의 지속적 선별, 사람과 함께 일을 하며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가지게 된 강인한 체력과 교감력등 현재의 보더콜리 매력이 만들어지게 된 것인데, 오늘날 보더콜리는 세계에서 가장 머리 좋은 개로 유명하며, 그 명성에 걸맞게 학습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체이서`라는 보더콜리는 무려 1,022단어를 구분할줄 아는데 단어를 듣고 그 단어와 관련된 그림이나 행동을 선택할 줄 안다. 심지어 명사와 동사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어 조합된 명령을 구별해서 알아듣고, 모르는 장난감의 이름을 들었을 때 소거법으로 유추해 내는 능력까지 있다. 게다가 보더콜리는 지능만 좋은 것이 아니라 뛰어난 체력, 민첩성을 가져 이를 바탕으로 독(Dog) 스포츠 분야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프리스비(원반경기), 어질리티(장애물 달리기), 복종훈련, 플라이볼(테니스 공을 가지고 하는 릴레이 경주)등의 독 스포츠에서 보더콜리는 다른 견종과 경쟁하여 대부분 결승전에 올라간다. 플라이볼 대회 같은 경우에 팀을 만들어 경기를 하는데 `ABC(Anything But Collies) 룰`이라는 것이 있어서, 보더콜리만을 가지고서 팀을 짜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보더콜리의 역량이 인정받고 있다. 외모보다 능력을 중시하여 보더콜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외모가 아름다운 콜리도 유명하지만 현대사회에는 능력을 갖춘 보더콜리가 전 세계에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더 널리 분포하게 되었다. 현대사회에서 최근에 품종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개들, 특히 외모를 기준으로 품종기준을 만들고 그에 따른 번식을 하는 경향이 큰 개들은 그에 따른 유전질병 문제가 매우 커지고 있다. 보더콜리는 품종으로 공인되면 생김새의 표준에 따라 번식이 제한될 것을 우려하여 품종등록을 계속 거부해오다 1977년에야 공인된 품종으로 등록하였다. 현재에도 보더콜리의 표준형은 다른 품종들과는 달리 몸 전체에 반점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색이나 패턴을 전혀 따지지 않으며, 흉터나 부러진 이빨 또한 도그쇼에서 감점요인이 아니다. (도그쇼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개들이 그 품종을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되며 주로 교배에 활용된다.) 영국 보더콜리단체인 ISDS는 여전히 보더콜리의 외모가 아닌 능력을 기초로 하여 견종을 보호하고 있지만, 순종혈통이 강조되고 부모 모두 같은 견종으로 등록되어야 다음 세대가 순종으로 인정받는 애견단체(캔넬클럽)의 견종 등록 규칙과 쇼독 비즈니스 논리에 보더콜리는 도전받고 있다. 보더콜리가 품종으로 공인등록 된 이후 대부분 보더콜리끼리 동종교배가 이루어지게 되었고 최근의 보더콜리는 안구기형과 관련한 유전병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게 되었는데 이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과 스포츠 활동을 함께 하기위해 훈련된 보더콜리들이 학교를 방문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 폰 때문에 자발적인 활동 놀이 문화가 많이 사라진 요즈음의 아이들에게 보더콜리의 활동성은 신선한 자극이 되곤 한다. 보더콜리에게 원반을 던져주며 함께 장애물을 넘어보는 재미있는 운동을 하며, 누구의 말이든 잘 들어주는 보더콜리와 함께 하는 아이들은 어두운 표정을 벗어내고 밝은 모습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함께 활동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보더콜리가 어떤 역사적 탄생과정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 주면 외모 지상주의, 외모비교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보더콜리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더 큰 가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경상북도 교육청에서는 [2024학년도 학생 심리정서, 사회성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반려견과 함께하는 교감, 생명존중 심리안정 프로그램]을 공고하고 참여학교를 모집하고 있다. 학생들이 보더콜리와 운동장을 신나게 질주하며 행복한 시간들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서 무척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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