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8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약칭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통과되었고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KBS 신년 인터뷰를 통해 개고기 식용을 금지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을 보면 앞으로 실태조사나 개 사육 농장 등의 신규 운영 금지 등 공포일로부터 즉시 시행 예정인 규정도 있지만, 개고기 식용 금지 조항은 3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2027년부터는 누구도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도살·유통·판매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에 제정된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은 개 식용 금지만을 담았던 이전의 개정 내용 뿐만아니라 개 식용 관련 업종에 대한 폐업 및 전업 지원 등을 통한 산업구조의 변경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번 특별법으로 지금까지 첨예하게 대립해 왔었던 개 식용은 우리사회에서 종식 되겠지만 그간의 개고기 식용 찬반 논란에도 마침표가 필요해 보인다. 개고기 식용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개고기 식용이 우리 전통이라고 전한 신문기사를 근거로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기사의 작성자는 사마천의 사기(史記)기록을 가지고 개고기는 우리 전통이라고 정의했다. 중국의 역사가가 주장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우리의 전통이라고 정의하고 오늘날 따를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그 이면의 내용을 살펴보아야 한다. 또 다른 개고기 찬성 주장 논리는 개고기가 몸에 좋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를 약으로 소개하는 책들이 1611년 허준의 [동의보감]이 발간된 후에 본격적으로 쏟아졌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은 당시 다양한 관점의 의학 저서를 하나의 관점에서 통합·정리한 것으로, 당시 의학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중국 의서의 짜깁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의보감의 99%는 중국 한의서의 단순인용이고 나머지부분은 [신농본초경]에서 가져온 것이다. 동의보감의 내용과 그 후속 의서들은 중국의 것을 반영한 것이다. “BOKA 늑대의 왕국”(저자 주정은)에 보면 중국 황하강 유역에서 발달한 황하문명은 세계 4대 문명 중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개고기를 먹은 유일한 문명으로 소개하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보면 중국인은 개를 가축처럼 키워 해마다 복날이면 잡아먹었다. 반면 중국인들이 보기에 오랑캐들은 개를 자신들의 시조나 혹은 최고신에 맞먹는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 최고신을 잡아먹는 신자가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유목민에게 개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바람 따라 말을 타며 평생을 산 유목민에게 먹을 갈아 글을 써 기록을 남기는 일은 애초에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유목민들은 글자를 몰랐지만 모든 역사를 노래로 남겨 후세에 전했는데 세월이 흐르고 흘러 더 이상 조상들의 영광스럽던 역사를 노래할 자손이 남지 않게 되자 그들의 역사는 잊혀지고 말았다. 이런 유목민의 역사는 농경민이 쓴 역사를 토대로 유추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는데, 그들이 유목민에 대해 남긴 역사는 대체로 욕과 비방이 난무했다. 대표적인 욕이 “오랑캐”란 단어이다. 오랑캐란 말은 인간이 아닌 짐승이란 의미이다.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지으려 하면 유목민은 기껏 일궈놓은 땅을 갈아엎어 풀밭을 만들어 양을 치고 싶어 했으니 중국인 입장에서 유목민은 재앙이었다. 사람과 가장 오랜 친구로 지내온 개를 두고 지금처럼 인간의 친구이냐, 인간의 식량이냐로 의견이 나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식량, 특히 고기가 충분히 공급되는 환경에서는 개를 친구처럼 사랑했으나, 식량이나 고기가 부족한 환경에서 개는 가축일 뿐이다. 이 법칙은 농경문화와 유목문화를 살펴보면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신석기 농경민은 한곳에 정착해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지어먹고 살았지만 인간의 수에 비해 개간된 농토는 언제나 부족했고, 농사지을 땅도 없는데 풀을 키워 소나 양에게 먹여 그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사치였다. 대신 음식물 찌꺼기만 먹고도 잘 자라는 돼지나 닭, 그리고 개를 키웠다. 이와 달리 사냥을 하거나 양떼를 쳐서 먹고사는 사람들의 경우,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었고 사냥과 목축에서 제 밥벌이를 하는 똑똑한 사냥개나 양치기 개를 잡아먹을 이유가 없었다. 유목사회에서 개는 인간의 친구로 존재했다. 유목사회에서 개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개를 잡아먹는 행위는 금기가 되었다. 농경문화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취급하고 유목문화에서는 개를 인간의 친구로 취급하는 이런 현상은 중국과 중앙아시아뿐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한 모든 세계 역사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개를 친구로 여겼는지 아니면 가축으로 여겼는지 알 수 있다면 그 사회가 농경문화였는지 유목문화였는지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개를 둘러싼 인식이 민족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역사속의 유목 기마민족은 농경민들이 악의적으로 묘사해 놓은 것처럼 그렇게 단순한 성격을 가진 집단이 아니다. 유목 기마민족들은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역에 눈을 뜨게 되었고 농경민들이 한달 걸려서 걸어갈 거리를 며칠만에 후딱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기동성이 좋으니 다른 문명과 접촉하는 것도 쉬웠다. 또한 개방적인 삶의 태도로 농경민에 비해 다양한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속도와 정보를 지배한 것도 모자라 발달된 문명의 혜택까지 먼저 누렸으니 유목민이 농경민을 압도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교역을 하는 물건을 지키기 위해 완전무장을 하는 것도 유목민의 필수조건이 되어갔다. 이렇게 해서 군사력을 갖추고 속도와 정보를 장악하여 교역으로 부를 축적하는 넓은 의미의 유목민인 전사와 상인의 복합체가 탄생하게 되었는데, 중앙아시아와 중국 대륙에 있어 유목 기마민은 말과 함께 이동하며 초원의 패권을 두고 경쟁 또는 공생을 하는 일종의 정치 연합체이다. 유목 기마민족에게 속도와 정보를 의미하는 말이 차지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 속도와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도 지배할 수 밖에 없는데, 당시 세계를 지배하던 넓은 의미의 유목민은 초원의 귀족이자 왕족이었고, 신성하게 여기는 개를 데리고 다닌 이들은 역사의 중심이기도 했다. 고구려 사람들은 말을 타고 사냥하는 수렵도를 남겼고, 신라에서는 말을 신령하게 표현한 천마도까지 남겼는데 왜 조선 사람들은 말탄 모습의 그림 하나를 남기지 않았을까? 말을 타던 기억은 왜 지워야 했으며, 장사는 언제부터 천박한 직업으로 인식하게 되었을까? 모든 유목 기마민족이 개를 신성시 했는데 왜 개는 “사기(史記)”가 전해주는 전통인 개고기로 인식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조선시대 유학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조선시대 유학은 단순한 학문이 아니었는데 조선의 정치, 사회, 종교를 지배한 유학은 민족의 정체성을 파괴했고 사대 중화사상에 의해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이 되고 싶어 한 몸부림 이었다는 주장이다. 일본인들은 지금까지도 고구려의 개를 신사를 지키는 신령한 상징동물로 여기면서도 왜 우리나라를 강점할 때 공권력을 투입해 우리나라 개를 때려서 잡고, 개가죽을 벗겨가고 개고기를 돈을 받고 팔고, 먹게 만들었을까? 우생학이라는 학문은 단순하게 인종적으로 흑인에 비해 백인이 잘났다는 점을 강조하여 식민지를 정당화 했고, 히틀러는 우등민족이 열등민족을 지배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슬로건으로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다. 일본은 조선을 넘보면서 식민 지배를 위한 논리가 필요했다. 일본은 근대화에 성공한 자신들은 우수한 민족이고, 사회적으로 진화가 덜 된 조선은 미개하다고 주장했는데,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선을 왜곡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더러움, 무지함, 비위생성, 복종성, 혐오스런 풍속등의 이미지로 조선을 정의했고, 혐오스런 풍속에 일부 조선 백성들이 먹던 개고기를 포함한 것은 당연했다. 일제는 조선백성들 중 가난한 사람들이 숨어서 먹던 개고기에 주목했다. 그리고 재빨리 조선은 전통적으로 개고기를 먹은 나라라고 규정해 버렸다. 이때 조선 후기 사대부들이 발행한 개고기 식용에 관한 책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라야마 지준등이 조선의 풍속연구라는 이름으로 해놓은 것들이 지금까지도 아무런 비판없이 재생산 되고 있다. 그 당시 일본학자들과 일부 친일학자들은 연구와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자주성을 고취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조선총독부의 주도하에 철저하게 억압했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때는 살짝 비틀어 왜곡하였다. 개고기를 우리의 전통으로 만들어버린 역사적 왜곡의 이유를 알게 되면 개고기 식용 논쟁들에 대해 숙연한 마음까지 들게 된다. 이제 개 고기를 식용하지 않아야 할 때가 되었다.앞으로 개식용 종식 특별법이 작동하려면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민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 현재로는, 육견 농가의 재산권 침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폐업과 전업을 지원하는 것 외에 상당하고 합리적인 보상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남은 현실적인 과제들도 잘 마무리 되길 바란다.*참고문헌: “BOKA 늑대의 왕국”(저자 주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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