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산림훼손과 대량 폐기물 매립 의혹을 방치했다. 주민들이 신고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한 주민은 “정신 나간 사람 취급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인에게 산은 그냥 산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그야말로 황무지가 되었던 산을 반세기의 노력 끝에 울창한 숲으로 바꾸었다. 혹자는 ‘기적’이라고 평가한다. 대한민국의 푸르른 숲은 드높은 국민성과 경제적 풍요를 상징한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적으로 생겨난 숲 외에 인공 숲을 조성하기도 했다. ‘마을숲’이 그것이다. 마을 앞이 휑하지 않도록 소나무 등을 심어 숲을 조성한 것이었다. 겨울에는 바람을 막고 여름에는 뜨거운 열기를 식히는 역할을 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쉬거나 축제를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관공서에서도 ‘무척’ 관심이 많아 고을 수령이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의 나무를 베어간 사람을 처벌했다는 기록도 있다.
70%가 산지인데도 더 많은 숲을 갈망해 인공 숲을 조성한 것이 우리 민족이다. 우리네 문화와 정서의 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지금의 숲은 그저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가 마음을 쓰고 땀을 흘린 결과다.
산을 훼손하고 자연을 파괴하는데도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한 공무원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묻고 싶다. 그저 귀찮아서 그렇게 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모종의 커넥션 때문에 ‘모르쇠’로 나온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관련된 공무원과 업자를 철저하게 조사해서 부조리의 실체를 밝혀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문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포항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하기 바란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