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현(57·가명)씨는 9년 전 정년 퇴직 후 포항시 북구의 한 농촌마을에 귀촌을 했다. 전원주택을 매입한 그는 농사를 짓기 위해 토지까지 매입했지만 생활용수 문제로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상수도관을 매설하려고 했지만 매설비용만 2,500여만원이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생활용수가 없어 불편함을 느낀 그는 다시 도시로 갈 생각을 하고 있다.
#4년 전 죽성리에 정착한 김광언(63·가명)씨도 최근 이농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귀촌 후 상수도관 매설비용(1,700여 만원)이 부담되는데다 생수값을 감당하지 못해 농사는커녕 식수로 인한 불편한 생활이 커졌기 때문이다. 포항시가 인구 유입을 위해 다양한 귀농·귀촌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식수관련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실제 귀촌을 위해 찾은 이들이 고가의 상수도관 매설 비용 때문에 정착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은 포항시 북구 신광면 토성리로 총 21가구가 살고 있는 곳으로 60여 명이 넘는 이들이 살고 있지만 고가의 상하수도 관련 문제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포항시는 2018년부터 농촌 지역 인구 유입을 위해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포항시는 주로 청장년 농자재 지원, 아카데미 기반 창농 지원, 주택 수리비를 지원하지만 이같은 혜택은 농업경영체 등록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거주를 위한 이들과 중장년 층 이상의 농민들에게는 포항시의 이같은 정책이 ‘빛좋은 개살구’나 마찬가지다. 특히 귀농의 필수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상하수도관이 매설비가 고가인 탓에 귀농인들의 발목을 묶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상하수도관 매설비 지원이 일절 없어 비용 부담을 느낀 주민들은 대부분 생수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이 이뤄진 초기에는 한 도의원의 도움으로 주민회관을 기준으로 1.4km 정도 상수관로를 개설됐지만 현재는 대부분 주민들은 상수도 시설없이 생수로 식수부터 생활용수까지 사용하고 있다. 주민들은 포항시에 이같은 문제로 진성서를 내는 등 행정대책을 요구했지만 포항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대책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주민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귀농을 위한 사업을 이어가지만 정작 정착이 필요한 주민들에게는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니 정말 대책없는 행정이라는 생각만 든다”라며 “주민 개인이 아니라 마을을 먼저 만들어야 하는데 예산을 먼저 지원하는게 인구유입을 위한 것을 왜 모르나 싶다”라고 지적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