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많고 실행은 적다는 뜻의 ‘언다이행소(言多而行少)’.포항시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 풍경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이 고사성어가 자주 거론된다. 응급실에서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것은 거창한 처방이 아니라 산소호흡기라는 점에서다. 포항의 현실 역시 화려한 계획보다, 지금 당장 숨을 이어갈 조치가 먼저라는 의미다.포항 시내에서 만난 시민들의 말은 단순하다. “너무 어렵다.” 두 사람만 모여도 경제 이야기는 한숨으로 끝난다. 소상공인들 역시 “작년보다 더 나빠졌다”고 말한다. 탈출구를 찾자며 머리를 맞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체념에 가깝다.그 사이 익숙한 설명들이 반복된다. 철강 경기 하락, 미국의 관세 장벽, 중국의 저가 공세.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지갑은 여전히 가볍다. 체감 경기는 설명을 따라오지 않는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지방선거가 다가오자 포항시장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의 언어는 점점 커지고 있다. “죽어가는 포항을 살리겠다”, “위기의 포항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는 말이 이어진다. 경제학 박사라는 이력도 등장하고, 포항 끝에서 끝까지 걸었다는 현장 행보도 강조된다. 죽도시장을 찾았고, 경로당을 방문했으며,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다.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시민들이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 포항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노인 가운데, 경로당조차 가지 못하고 집이나 광장에 머무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장애인 돌봄의 사각지대는 정말 없는가. 연간 60억 원이 투입되는 24시간 장애인 돌봄 예산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관리와 점검은 충분한가.교육 공약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포항 교육자치구를 만들고, 서울 대치동 유명 강사의 명성을 빌려오자는 제안이 나온다. 대학 입시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들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겠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과밀학급 문제처럼 이미 드러난 현실 과제에 대한 해법도 선명하지 않다.철강 경기 침체의 원인을 묻자, 다시 미국과 중국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K-스틸법이 언급된다. 희망을 말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정작 포항시와 포스코의 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이 적다. 협력 없이 지역 경제 회복이 가능하냐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일부에서는 죽도시장과 연결되는 도시철도, 시내 중심부 전용구장 이전 같은 구상도 거론된다. 그러나 지금 시작해도 10년 이상 걸린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은하철도 999’라는 비아냥이 저잣거리에 오르는 이유다. 영일만대교조차 노선 하나 확정하지 못한 채 수년을 보낸 현실을 떠올리면, 시민들의 시선은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포항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숨 쉬기 쉬운 도시, 지갑을 열어도 불안하지 않은 일상이다. ‘호기’, ‘패기’, ‘열정’이라는 말들이 구호로만 남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다. 그것이 때를 기다리는 대기(待機)가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는 선택으로 이어질지 시민들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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