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르면 이번주 첫 영수 회담을 갖는다. 24일이나 25일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두 사람은 국면 전환용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다음 4년 국회 내내 협치가 정례화하는 시발점이라고 선언하고,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와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회담의 핵심은 의정갈등을 포함한 `민생`이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건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데다 대통령 지지율이 23%(한국갤럽)까지 떨어진 현실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 역시 방탄국회·입법폭주 등 자신에게 씌워진 오명을 벗고, 향후 수권정당 리더의 면모를 보이려면 대통령을 만나 현안을 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절실한 상황이었다. 두 사람 모두 총선을 계기로 그동안의 기조를 바꿔 협치에 나서라는 민심을 수용한 결과가 이번 회담인 셈이다. 무엇보다 의·정 갈등 해결이 시급하다. 오는 25일이면 의대 교수들 사직서가 자동 수리되고, 이달 말이면 의대생 집단유급이 현실화한다. 5월 말까지 의대 증원을 반영한 대입 전형이 확정되지 않으면 입시생들도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때마침 해당 대학들이 의대 증원분을 최대 50%까지 자율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정부도 동의한 만큼 이재명 대표도 전향적으로 논의에 임해 의·정 갈등 타결에 힘을 보태주어야 할 것이다. 어려워진 경제도 큰 문제다 . 주변의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다. 지정학적 위기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고,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을 놓고 벌이는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치솟은 생활물가는 서민들 삶을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OECD가 집계한 지난 2월 한국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6.95%로 35개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았다. 물가를 잡기 위한 사과·배 수입 결단 등 민생 대책에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이 대표도 1인당 25만원씩을 지급하자는 민생회복지원금을 의제로 올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전세사기특별법·제2양곡관리법 등도 민생법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돈을 푸는 정책은 물가를 자극할 뿐 아니라 국가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일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후임 국무총리 인선을 위한 협의와 21대 국회에 계류되어있는 민생법안 처리도 중요하다. 총리 인선은 야당 동의가 필수인 만큼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의견이나 추천을 충분히 듣고, 최대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인선 시점은 22대 국회 개원을 맞는 5월이 적절해 보인다. 민생 법안처리는 외국인고용법,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나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위한 특별법 등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손을 내민 것은 총선 민심을 받아들이고, 이 대표를 국정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점에서도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 협치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그래서 여·야·정이 참여하는 민생 정책협의체 구성도 검토할 만하다. 야권이 주장하는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은 협치 분위기를 해칠 수 있고, 민생 현안도 아닌 만큼 우선순위에 둘 이유는 없다고 본다.그동안 쌓인 불신과 산적한 현안들을 감안하면 돌다리 두드리듯 일시·형식·의제를 조율하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민들 기대가 쏠린 현실을 감안해 늦지 않게 회담의 장소와 일정을 구체적으로 확정해 공개해야 한다. 만에 하나 행여 조율 과정에서 회담이 어그러진다면 그 실망감은 여야 모두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구체적인 회담 성과를 도출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서로 할 말만 하고 마는 회담이 되면 절대로 안된다. 6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회담 당시 합의점을 내놓지 못하면서 정국이 더 경색됐던 전례를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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