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대표 사학 중의 하나인 영남대학교가 내홍을 겪고 있다. 총장 연임과 관련된 학교 정관 개정을 두고 대학(총장 측)과 총동창회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학교 측이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총추위) 제도를 폐지하면서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는 영남대 내홍을 연속으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옛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통합해 만든 지역 대표 사학인 영남대학교가 오랜 세월 유지해 온 총추위를 2022년 12월 이사회(영남학원)를 통해 폐지했다. 폐지 전에는 총장 선임은 총추위의 권한이었다. 이사회가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 선임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앞으로 총추위가 폐지되면서 재단이 독자적으로 총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즉, 법인·교수·직원·동문·지역 대표 추천이 사라지게 돼 동창회의 영향력도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고 이사회측 결정에 따라 총장 연임도 가능해진다.다시 말해 총추위 폐지로 총장 선출 방식이 그동안의 간선제에서 임명제 형식이 돼버린 것이다. 지금까지는 총장을 선임할 때 법인·교원 대표 각 3인,직원·동문·지역 대표 각 1인을 포함한 총 9인으로 총추위가 이사회에 3~5명의 총장 후보자를 추천하면 법인 이사회에서 그 중 1명을 최종 선정했다. 즉,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수렴하는 ‘간선제’방식으로 총장을 뽑아온 것이다. 하지만 총추위가 폐지되면서 앞으로는 이사회가 총장을 임명하는 ‘임명제’ 형태를 취하게 된다.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총장의 연임도 가능해진다는 의미다.당장 총동창회측은 역사상 총장 연임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총동창회 측은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총추위폐지건’에 대해 반대한 A이사의 경우 학교 측이 교묘하게 안건을 상정하는 바람에 이를 눈치채지 못해 ‘총추위 폐지건’에 자신이 찬성한 것처럼 돼 버렸다는 게 총동창회 측의 주장이다. 물론 학교 측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이에 총동창회 측은 지난해 9월 총동창회보를 통해 ‘총장추천위원회 폐지가 절차적인 문제가 있는 데다 폐지된 사유도 석연찮다’고 적시했다. 10월에는 같은 지면에 ‘총장 선임 참여 길 열어 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총동창회는 기사를 통해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총장을 선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명분이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공공성이 강한 사학이 총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올 2월 23일 총 16면의 ‘YU천마뉴스’ 창간호에 총장의 입장이 실리면서다. 영남대는 소식지 형식의 YU천마뉴스를 1만부 정도 발간했다. 1호에 이어 YU천마뉴스는 지난달 29일 2호를 발간했다. YU천마뉴스는 월간 신문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학생들이 발간하는 학보인 영대신문과는 별개이며 발행정보도 주체도 불분명하다는 게 총동창회 측의 설명이다.현재 YU천마뉴스는 영남대 홈페이지 사이버홍보실 YU자료실에 올라가있다. YU자료실에는 e-북 형태인 ‘YU,YU 人’이 소식지에 이미 19호나 올려져 있다. 그럼에도 YU천마뉴스가 별도로 YU자료실 하위링크에 등재돼 있어 총동창회 측의 설명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최 총장은 YU천마뉴스 창간호 6면에 ‘악의적인 동창회보 기사와 영남대학교 총동창회 운영파행에 대한 총장 입장문’을 실었다. 입장문에는 ‘2023년 9월과 10월 실린 동창회보의 기사와 동창회운영 파행에 대해 직접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짜 뉴스와 동창회 사조직화로 법인과 학교를 흔드는 적반하장격 선동행위에 끝까지 맞설 예정이다‘ ’창업정신에 입각한 인재양성 등 모든 노력을 하겠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총동창회 측은 이에 맞서 지난 26일 동창회보를 통해 총동창회가 총장추천위원회 폐지에 이의를 제기한 까닭에 2월 말에 진행된 학위수여식에서 초청도 받지 못하고 축사가 배제되는 등의 일이 벌어졌다고 알렸다. 또 ‘최외출 모교 총장의 총동창회장 출마, 정말 가능한가?’라는 제목으로 총추위 폐지와 최 총장의 행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29일에는 대학 측이 YU천마뉴스를 통해 또 다시 반격을 시작했다. 최 총장은 총동창회보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다음 YU천마뉴스 2호 1면에 ‘동창회보 오보,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이라는 제목으로 동창회보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실었다. 또 4면과 5면 전면에는 총동창회 측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언론중재위 측은 해당 동창회보를 정기간행물로 간주하고 최 총장 측의 제소를 받아들인 상태다. 최 총장은 학보 ‘영대신문’ 12면에 자신의 입장문을 광고로 실었다. 또 다른 교내 교수는 최 총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영대신문과 YU천마뉴스에 칼럼으로 쓰기도 했다. 최 총장 측은 해당 칼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하고 있다.지역사회에서는 최 총장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최 총장이 자신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교내 ‘언론’을 새롭게 만들고 ‘사유화’ 시켰다는 의미에서다.한 졸업생의 말이 지역사회 시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는 “1회 발행이 최소 300만원 정도 드는 데다 신문으로 갖춰야 할 발행인이나 편집, 기사에 대한 바이라인조차 없다. 급조한 유사 신문을 통해 총장의 입장을 밝힌 것은 언론의 사유화를 시도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총동창회 측에 대한 시선 역시 곱지 않다. 정관 개정과 총장 연임에 관한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 총장이 요구하는 입장문을 동창회보나 기존의 교내 언론에 넣어줬으면 이런 진흙탕 싸움이 애초에 시작되지 않았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총동창회 측은 “총추위 제도를 없애 특정인이 좌지우지하겠다 자신의 속내가 들킨 것 같아 최 총장이 감정적인 것 같다”며 “영남대 동문들은 주인정신을 갖고 모교가 역동적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라고 있으며 이 문제 역시 잘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영남대학교 측은 “지난해 동창회보에 두 차례 실린 내용이 사실과 다른데다 정정보도와 반론을 반영해주지 않아서 언론중재위에 제소를 했으며 동창회 측과도 관련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며 “총추위 폐지의 경우 대학에서 한 것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 총장의 총장 연임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대학 측과 총동창회 측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지역 대학가에서는 최 총장의 연임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대학과 총동창회의의 이런 일련의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30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