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장 선거를 앞두고 마련된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TV 정책토론회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하면서 후보들의 정책 검증보다 공천 갈등과 불참 책임론이 먼저 도마에 올랐다.이번 토론회는 지난 27일 포항시장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 자질을 시민 앞에서 비교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시작 전부터 파행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론의 무게가 포항의 미래 전략보다 후보 간 감정의 골과 공천 과정 논란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가장 큰 변수는 박승호 후보였다. 박 후보는 그동안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자신이 배제된 문제를 거듭 제기해 왔다. 기자회견과 공개 발언을 통해 공천 면접 과정과 여론조사 결과를 문제 삼았고, 예비후보 기간 내내 자신이 각종 조사에서 우위를 보였다는 점도 강조해 왔다.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TV 정책토론회 무대까지 이어질 경우 토론은 처음부터 정책 경쟁의 궤도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포항시장직을 두 차례 지낸 전직 시장의 인지도와 실제 지지 의사를 같은 선상에 놓고 해석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름을 아는 것과 다시 시정을 맡기겠다는 판단은 다르기 때문이다.박 후보 입장에서는 공천 배제의 부당성을 시민 앞에서 다시 확인받고 싶었을 수 있다. 하지만 유권자가 토론회에서 듣고 싶었던 것은 과거 공천의 억울함보다 앞으로 포항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가까웠다. 선거를 일주일가량 앞둔 시점에서 공천 논란을 다시 꺼내는 방식이 표심 확장에 도움이 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다.박희정 후보 역시 복잡한 처지에 놓였다. 집권여당 후보로서 정책 경쟁을 전면에 세워야 했지만 토론회가 박승호 후보의 공천 불복 논리와 이를 둘러싼 공방으로 흐를 경우 자칫 상대 후보의 프레임에 끌려 들어갈 수 있었다. 토론회가 세 후보의 정책을 비교하는 자리가 아니라 특정 후보의 공천 문제를 심판하는 장으로 바뀐다면 박 후보로서도 얻을 것이 제한적이었다.박용선 후보의 불참 문제도 가볍지 않다. TV토론회는 후보 개인이 유불리에 따라 고르는 홍보 행사가 아니다. 유권자가 후보의 정책, 비전, 태도, 위기 대응 능력을 직접 비교하는 공식 검증 절차다. 정당한 사유 없는 불참에 과태료가 부과될 정도로 공적 성격이 강한 자리라는 점에서 박 후보가 시민 앞에 서는 책임을 피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다만 불참 책임론만으로 이번 파행을 설명하기에는 선거판의 흐름이 단순하지 않다. 토론회가 열리더라도 정책 대결보다 공천 후유증과 후보 간 설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컸다면 시민들이 실제로 얻을 정보는 많지 않았을 수 있다. 토론의 형식은 남았지만 내용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는 얘기다.결국 이번 파행은 한 후보의 불참이나 한 후보의 공천 문제만으로 볼 일이 아니다. 포항시장 선거가 도시의 미래를 놓고 경쟁하기보다 후보 개인의 억울함, 방어 논리, 정치적 자존심이 뒤엉킨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포항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더 오래 정치를 했는지, 누가 더 억울한지, 누가 누구의 공천을 흔들었는지가 아니다. 산업 재편과 인구 감소, 도심 침체,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포항의 현실을 누가 더 냉정하게 보고 실행 가능한 해법을 내놓느냐다.TV토론회 파행은 그래서 단순한 일정 무산이 아니다. 후보들이 시민 검증의 무대 앞에서 무엇을 보여주려 했고, 무엇을 피하려 했는지 드러낸 장면에 가깝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말은 거칠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이 사라진 자리에는 결국 후보들의 앙금만 남는다. 포항 시민이 굳이 그 앙금까지 대신 들어줘야 할 이유는 없다.우리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때까지 범죄자가 아니다. 오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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