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시민 위에 섰다고 착각한 정치의 결말은 대체로 비슷했다. 로마 공화정 말기 민심을 조롱하며 권력 다툼에만 몰두했던 원로원은 결국 시민 신뢰를 잃었고, 그 틈에서 공화정은 무너졌다. 내부 충성 경쟁에만 빠진 정치가 어떤 최후를 맞는지는 역사가 수없이 보여줬다.김정재·이상휘 국회의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번 포항 지방선거판을 바라보는 지역 민심은 한마디로 착잡하다. “포항 정치가 여기까지 무너졌나”라는 말이 시장통과 식당가에서 공공연하게 나온다. 특정 후보를 향한 비난이라기보다, 공천 과정 전체를 향한 깊은 허탈감에 가깝다.◇“누가 시민 편인가”…사라진 공천의 기준이번 6·3 지방선거를 앞둔 포항 분위기는 이상할 정도로 뒤틀려 있다. 정책이나 비전보다 “누가 줄을 잘 섰나”, “누가 의원실과 가까운가”가 더 중요한 기준처럼 흘러간다. 시민들은 벌써 냉소를 입에 올린다. “전과 하나쯤은 있어야 공천받는 시대 아니냐”는 자조까지 나온다. 과장처럼 들리지만, 그 말 속에는 지역 정치에 대한 실망이 응축돼 있다.음주운전 논란 정도는 이제 흠도 아니라는 분위기다. 사업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켰든, 폭행 시비가 있었든, 당선 가능성만 있으면 다시 공천장 앞에 선다. 지역 정가에서는 “깨끗하면 오히려 경쟁력이 없다는 말까지 돈다”는 푸념도 들린다. 정상적인 정치 구조라면 나와서는 안 될 말들이다.과거 포항 선거는 단순했다.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공천 경쟁은 치열했고, 탈락은 곧 정치 생명 끝처럼 여겨졌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공천에서 밀린 후보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살아남기 위한 충성 경쟁이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실제 지역 정치권에서는 “의원실 눈 밖에 나면 끝”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포항시 간부회의 내용을 녹취해 정치권에 전달했다는 의혹까지 지역사회에 떠돌 정도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이야기 자체가 돌고 있다는 현실이 지금 포항 정치 수준을 보여준다. 시민들은 정책보다 ‘누가 누구 사람인가’를 먼저 듣는다.
◇무소속 돌풍 뒤엔 시민 분노가 있다죽도동·용흥동 일대 선거구도 논란이 적지 않다. 민주당 이력이 있는 후보가 국민의힘 공천을 받고, 현역 다선 의원이 무소속으로 밀려나는 장면을 보며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워한다. 당의 가치와 철학은 사라지고 선거공학만 남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어제는 민주당, 오늘은 국민의힘이어도 공천만 되면 된다는 식의 흐름이 반복되면서 정치 불신은 더 깊어지고 있다.광역의원 후보군 역시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음주운전 전력으로 벌금형을 받은 후보가 다시 공천 경쟁에 뛰어들고, 사업 과정에서 대금 지급 문제로 재판까지 갔던 인물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법적 처벌을 받았다고 정치 참여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시민 앞에서 왜 다시 선택받아야 하는지 설명하는 과정은 있어야 한다. 지금 포항 선거판에는 그 책임감이 잘 보이지 않는다.더 심각한 건 시민들의 체념이다. “다 똑같다”, “누가 돼도 달라질 게 없다”는 말이 늘었다. 정치 혐오는 결국 투표 포기로 이어지고, 투표율이 떨어질수록 조직과 줄서기가 더 강해진다. 악순환이다.정치는 원래 시민 두려운 줄 알아야 한다. 공천권자 눈치만 보고 시민 평가는 가볍게 여기는 순간 지역정치는 무너진다. 지금 포항 선거판에서 시민들이 진짜 묻고 싶은 건 단순하다. “정말 후한이 두렵지 않나.” 오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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