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현(사진) 한국공인중개협회장은 올해 포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지난 2015년 11월 당선된 뒤 쉴 새 없이 달려왔다. 포털사이트와 방 구하기 앱, 직거래 사이트, 스타트업은 물론 변호사까지 부동산과 무관해 보이는 업체들이 다발적으로 중개시장에 뛰어들었다.
수백 개에 달하는 앱과 스타트업도 있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상대는 변호사와 네이버다. 중개협은 지난 2년여 변호사와의 소송전을 끝내고 올해에는 네이버와 전쟁에 돌입한다.
황 협회장은 "허위매물이 많다거나 하는 일 대비 중개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논리로 그동안 이곳저곳에서 중개사의 고유영역을 침해하는 일이 너무 잦았다. 그들의 논리를 듣다보니 상당수가 중개사의 고유 업무와 전문성을 평가 절하한다고 느꼈다. 또한 이들이 난입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했지만 여론의 비난은 중개사를 향했다"고 토로했다.
고민 끝에 내린 답은 한방이었다. 한방은 중개협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및 앱 플랫폼이다.
그는 직·다방이나 네이버 등의 의존도를 없애고 중개사들이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그것이 과열경쟁으로 혼탁해진 중개시장을 바로잡고 중개사가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기존 시스템이었던 k-ren의 이름을 대중친숙도가 높은 한방으로 바꿨다. 지난해에는 국토교통부가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던 전자계약시스템을 과감하게 끌어왔다. 중개사가 매물을 올려 광고하고 계약이 이뤄졌을 때 전자계약까지 할 수 있는 원스톱 플랫폼을 구축한 셈이다.
실효성을 높이려면 대대적인 홍보도 필요했다. 광고비만 30여억원 쏟아부었을 정도로 한방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다. 바로 지난 2년 변호사와의 소송전이다.
중개협은 공승배 변호사가 출시한 부동산 중개 및 법률자문 서비스인 트러스트 부동산의 중개사법 위반 재판에서 1심 결과를 뒤엎고 지난해 말 2심에서 최종 승리했다. 트러스트 부동산이 심지어 상고도 취하했으니, 사실상 변호사가 중개사 자격증 없이 중개시장에 진입하는 길이 원천 차단된 셈이다.
그는 "공 변호사는 재판 내내 수수료는 법률자문에 대한 대가일 뿐 중개에 대한 보수는 아니라고 변론했다. 정말 궤변이다. 수수료란 매도·매수자 간 계약이 성사될 때 지급하는 것인데 이 수수료료가 중개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법률자문만의 수수료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소송을 계기로 변호사들이 중개사 업무가 단순 계약서 작성 정도로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사실 중개업무는 다양한 관련 지식을 총 망라해야 하는 영역이다. 거래상대를 찾아 매물을 보여주고 그들 사이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가격을 맞춰 계약을 이끌기까지 기나긴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개사는 매물의 입지적 특성이나 부동산 시장의 흐름, 빠르게 변하는 세제나 정책 등을 공부해야 한다. 그는 "이런 지식이 기반이 됐을 때 매도·매수자를 조율하고 계약으로 이끌 수 있다. 전문성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전 승리를 계기로 중개사의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한방을 앞세워 더 이상의 업역침해를 막고 네이버 의존도를 없애는 방식으로다.
그 신호탄으로 지난해 말 전국 공인중개사가 일제히 네이버에 매물을 올리지 않는 셧다운에 돌입했다. 이같은 운동은 세종시와 대전, 부산, 제주 등의 지방을 중심으로 점차 전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더 이상 포털에 끌려다닐 수 없어 대대적인 네이버 갑질과의 전면전을 선포한다. 네이버를 넘어 우리가 존립하려면 한방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협회장 임기 마지막해인 올해 나의 목표는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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